

메그 머피
Meg Murphy
나이 : 19
성별 : 여자
신장 : -
출신국 : 키클롭스

"아, 뭐든 맡겨만 달라니까? 내가 누군데?"
길게 늘어뜨려 낮게 묶은 두 갈래의 회색 머리. 고글에 눌려 더 짧아진 앞머리. 한쪽으로 가르마를 타 넘긴 아래로 또렷해 보이는 분홍빛 눈이 자리했다. 상황을 살피며 빠르게 구르는 두 눈동자. 웃을때마다 보이는 덧니.
허리를 바르게 펴고 정면을 마주해도 키클롭스에선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몸집만 작을 뿐으로, 펑퍼짐한 옷자락 안에는 튼튼한 팔다리가 자리했다. 몸집만큼 커다란 가방에 온갖 잡동사니와 양 허리에 낀 두 개의 단도, 그리고 산탄총. 이런 것들을 늘상 지고 다니면서도 한번 지치지 않는 것을 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용병 출신의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조부모님 때문에) 그녀 역시 자연스럽게 용병 활동에 대해 많이 배웠고 이러한 훈련도 많이 받았다. 단기의 작은 의뢰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언제나 훈련에 진지하게 임해왔던지라 손끝이나 팔등, 등허리, 다리 등 자잘하게 다친 흉터가 많이 남아있다.
곧잘 제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로 쳐다보곤(주로 올려다보곤) 했다. 언제나 의문이 있어 보였으며 무언가를 곧잘 바로 묻는 편은 아니나, 꼭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언젠가 끄집어내는 편이다. 이럴 때 보이는 시선은 집요함 그 자체.


“야, 뭐든 말만 해. 나만 믿으라니까?”
-활발한, 긍정적인, 구김살없는, 넉살좋은.
언제나 여유롭게 웃으며 큰 소리를 떵떵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모르는 사람도 조금쯤 킬킬대고 웃을 수 있는 성격이다. 목소리가 큰 것은 할아버지 유전이라고 했으며 누구나 그걸 알았기 때문에 저 미친 놈, 하면서 한바탕 웃기에는 제격이었다. 그녀는 털털한 축이었고 남들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
사람이 자주 떠나고 찾아오던 곳에서 지내 사교적인 편이다. 처음 보낸 사람과도 쉽게 친해졌고 적당히 다툼을 피해갈 줄 알았으며, 개중에는 터줏대감으로 지역에 오래 지낸 편이라 종종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탓인지 나이에 비해 앳되어 보였고, 이 탓에 중재는 꼭 ‘너 어른스러운 척 하는 거 진짜 안 어울려’로 끝이 나곤 했다.
“그럼 그냥 엎어버리자!”
-단순한, 억센, 두뇌회전이….빠른?
이른바 저돌맹진형. 근접전에 있어서는 기민한 판단력이 있는 편이지만 그 이외의 상황에 있어서는 주로 돌직구만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편으로… 가끔 말하는 걸 듣고 있자면 그렇게 생각이 없는 편은 아닌데, 의뢰를 맡아보고 그에 대해 훈련한 게 그녀가 받아온 대부분의 교육이었던 탓인지 어처구니 없이 무식한 해결책을 툭 내뱉고는 했다. 뭐? 안 되면 되게 하면 된다잖아! 그리고 이게 아직 그녀가 제대로 팀을 꾸려보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다정한, 이해심이 많은.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아이가 그러하듯이. 메그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겐 다정한 편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기도 했고, 분명 각자의 사정이 있을 거라고 열심히 믿었다. 어딘가에서 오래 머물지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도 같았다. 잠깐, 지내다 떠날 사이. 그렇다면 잘 지내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어차피 이 짧은 기간에 평생을 가까이 할 친구가 생길 것도 아니고, 그러려고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기류나 든든한 식사. 총! 따뜻한 음료와 담요. 맑은 날 별을 보는 것.
수다 떠는 것도 좋아. 싫어하는 것은 쓸데없는 주전부리. 복잡한 형식. 까다로운 예의범절 등.
특히 예의범절같은 거 말이야, 상대에 대한 존중만 있으면 충분한 거 아냐? 허례허식이라는 단어 알아?!
한 번 공적인 장소에서 의뢰주에게 인사를 실수한 뒤 호되게 망신 당한 이후로 이 모양 이 꼴이다. 자신의 실수를 반면교사하지 못하는 것 보면 정말 아직 어리다고 단언할 수 있다.
버릇은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은 꼭 바다를 지켜보는 것. 비 오는 날엔 생각도 많아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우울이라고는 한 점도 겪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도.
전투방식은 주로 민첩함을 이용하여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식. 그녀 자체의 지구력은 나쁘지 않지만 완력으로 겨루기에는 덩치나, 경험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은 그러한 상태다.
몸이 날렵하고 상황 판단이 기민한 것이 당장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이다. 커가면서 관록이 쌓이면 더 인정받을 만한 용병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강점이라면 그녀가 손재주가 좋고 자질구레한 물건을 다루거나 고치는 데 능숙하다는 점이다.
온갖 물건을 고치지 못해서 득달같이 찾아와 고쳐보라며 역정내는 할아버지와 살면 누구나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하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고, 확실히 이쪽에 재능이 있는 편이다.
할아버지와는 퍽 험한 말을 주고받지만 사이가 아주 좋다. 이런 소리를 해도 장난스러운 애정 표현에 가깝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둘 다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하면, (사람을 제외하고) 그야 할아버지가 물려준 이 총이다.
두번째로 소중한 것이라고 하면 할아버지가 성인이 되었음을 기념하여 선물해준 총이다. 이렇게 가장 소중한 것 상위를 전부 ‘할아버지’와 ‘총기류’가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는…. 좀 구제불능이 맞다.

메그의 할아버지는 땅꼬마 시절에 용병왕을 만난 적이 있다.
술이 말술인 할아버지는 늘 술에 절어 있지만 왠지 동네 인기만점이다.
이건 단순한 이유인데,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말주변도 좋거니와 스쳐지나간 용병왕 이야기, 현역에서 용병으로 활동할 때의 파란만장한 모험 이야기, 운명처럼 할머니를 만나서 ‘코꿰인’ 이야기, 입만 열면 혹부리 영감처럼 솔깃한 이야기를 줄줄 해낸다. 이런 말솜씨를 그녀도 제대로 이어받았다.
(그야 술에 절면 뭐든 말이 되게 들리는 법이고, 할아버지보다 술에 늦게 취하는 사람이 드물었긴 하다.)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손녀딸을 매우 아끼지만 엄마나 아빠 이야기를 물으면 불같이 화를 내며 정색한다.
할머니가 계셨을 때 말씀해주신 바는, 용병이던 할아버지의 삶이 불만이던 어머니가 말 그대로 이 섬을 탈출하여 지내다가 아버지를 만났고 돌아오는 배에서 메그를 낳았다고 했다.
어렴풋하게 엄마 얼굴이 기억나지만, 그야말로 어렴풋할 뿐으로 명확하진 않다. 근데 엄마아빠는 어디 갔어요? 할머니도 이 질문엔 답해주지 않았다. 8살 때엔 둘 다 풍랑에 죽었다고 했다. 9살 때엔 자신을 버리고 멀리 떠나버렸다고 했다. 10살 때엔 옆나라에 가서 큰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11살 때엔 기어이 해적왕이 되어서 보물을 찾았다고까지 해서 메그는 이른 반항기를 맞았다. 이후 한 번도 부모님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용병 출신의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용병일에 대한 자긍심이 뿌리까지 스며들어 있는 편이다.
용병일에 대한 회의? 우물에서 자란 어린 개구리가 우물이 좁고 깊은 줄 모르듯이.
하늘이 그저 제 눈에 보이는 만큼 손바닥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